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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을?이식한다고?"?잦은?재발?장질환에?효과...?어떻게?이식할까??[인터뷰]
'대변을 이식한다?'는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대변 이식은 특정 장염 치료에 효과적인 최신 의학 기술이다. 최근에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에도 시도되며 의료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장 내과 전문의 김혜원 원장(서울본내과)은 '장내 세균은 전신 건강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장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 원장과 대변 이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지 자세히 알아본다.
Q. 대변 이식, 생소한 치료 방법인데요, 정확히 어떤 치료인가요?
대변 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해 건강하지 못한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치료법입니다. 항생제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운이 없게도 단기간 복용했을 때도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리균(C. difficile)'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균이 과다 증식하며 독소를 내뿜어 심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장염의 가장 최종적인 치료 방법이 바로 대변 이식입니다.
최후에 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최선의 치료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부감 때문에 처음부터 이 치료를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통 약물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마지막에 고려하게 되는 치료입니다.
Q. 대변 이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원장님의 실제 시술 경험도 궁금합니다.
대변 이식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건강한 기증자의 신선한 대변을 약 200~250cc의 생리식염수와 함께 믹서기에 간 뒤, 건더기를 체에 걸러내고 액체 상태의 대변을 환자의 몸에 주입합니다. 내시경을 통해 대장에 직접 넣어주거나,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콧줄 (nasogastric tube)을 통해 위에 주입하기도 합니다.
제가 담당했던 환자는 당시 내시경이 어려운 위중한 상황으로 콧줄을 통해 이식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약 30분 정도 지나자 열이 떨어지고, 한두 시간 뒤에는 설사가 완전히 멈추는 등 극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대변 이식의 경우 환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하고 나면 드라마틱 하게 상태가 호전됩니다.
Q. 대변 이식, 부작용은 없을까요?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L-튜브를 통해 주입할 경우 위에서 역류하여 폐 쪽으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이 생길 위험이 가장 큽니다. 또한, 위장에 큰 상처나 손상이 있을 경우 대변과 함께 들어간 많은 양의 세균이 균혈증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치료를 시행했을 때 균혈증이 생겨 문제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Q. 어떤 경우에 대변 이식을 고려해야 할까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리균 감염으로 인한 장염이 항생제(메트로니다졸, 반코마이신 등)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대변 이식을 고려합니다. 이 감염은 설사, 복통, 발열, 점액성 대변, 때로는 혈변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듭니다.
최근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만성 염증성 장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시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장내 세균과 뇌가 연결되어 있다는 '브레인 것 엑시스(Brain-gut axis)'처럼 장내 세균이 뇌 등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소아 자폐증과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해외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Q. 앞으로 대변 이식 시술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변 이식은 환자 개개인에 맞춰 개별화된 대변액을 이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건강하고 유익균이 많은 대변을 선별해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유익균이라 하더라도 체내에서 제대로 증식하지 못하면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기증자의 대변을 사용하더라도 수혜자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거나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는 장내 세균의 다양성과 유전자와의 연관성을 고려해 환자별로 최적화된 대변액을 선별·조제해 이식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마지막으로 '장 건강'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장내 세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여 건강한 장내 환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기획 = 황인성 건강 전문 아나운서